워크플로우 자동화와 Zapier, Make의 기술 구조 이해
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하고 싶다는 생각,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어디서부터 어떻게 자동화해야 할지, 또 어떤 도구를 써야 하는지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랬다. 이메일 알림, 구글 시트 업데이트, 슬랙 메시지 전송, 이 모든 걸 손으로 일일이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다 가버렸다. 그러던 중 ‘Zapier’와 ‘Make(구 Integromat)’를 접하고, 단순 자동화 이상의 무언가를 느꼈다. 단지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일의 흐름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감각. 이 글은 단순한 툴 소개가 아니다. 두 플랫폼의 기술 구조와 내가 체험한 자동화 흐름을 중심으로, 워크플로우 자동화의 본질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Zapier의 구조와 자동화 철학 – 단순함 속의 설계자 감각
Zapier는 워크플로우 자동화의 입문자에게 가장 친숙한 도구다. 내가 처음 Zapier를 접했을 때, 느낀 건 ‘복잡한 걸 쉽게 해준다’는 점이었다. Zapier의 구조는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트리거(Trigger)와 액션(Action)의 조합으로 하나의 워크플로우를 만드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구글폼에 응답이 오면, 구글시트에 자동으로 기록하고, 슬랙으로 알림 보내기” 같은 시나리오를 단 몇 분 안에 구현할 수 있다. 코드를 몰라도 충분히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 같은 비개발자에게는 무척 해방감 있는 경험이었다. 기술적으로 Zapier는 HTTP 기반의 API 호출과 Webhook을 활용해 다양한 앱을 연결한다. 대부분의 앱은 OAuth 인증을 통해 연결되며, 내부적으로는 JSON 기반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사용자는 단순히 UI에서 조건을 지정하면 되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논리는 꽤 체계적이다. 내가 직접 설정해본 Zap 중에는 필터(Filter), 경과 시간(Delay), 포맷 변환(Formatter)을 조합해 꽤 복잡한 워크플로우도 가능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병렬 처리나 복잡한 조건 분기에는 취약했고, 유료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수행 간격도 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Zapier는 ‘처음부터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툴이라고 생각한다. 초보자의 성공 경험을 빠르게 만들어주고, 점점 더 구조를 확장해가는 설계 방식은 꽤 심리적으로 설득력 있다. 나 역시 작은 자동화 몇 개를 성공시킨 뒤, 자신감을 얻고 업무 자동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Zapier는 단순한 자동화 툴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종의 사고 프레임워크다. 단순 반복을 줄이는 게 아니라,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여백’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나는 Zapier의 철학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Make의 기술적 유연성과 확장성 – 자동화의 정밀도를 높이다
반면, Make(Integromat)는 Zapier보다 훨씬 정밀하고 개발자 친화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나는 Zapier로 업무 자동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 Make를 접했는데, 처음엔 ‘이건 너무 복잡한데?’ 싶다가 곧 ‘아, 이런 유연성이 있었어?’로 감정이 전환되었다. Make의 워크플로우는 일종의 시각적 프로그래밍처럼 보인다. 모듈(module)을 캔버스 위에 드래그해 선으로 연결하고, 데이터 흐름을 직접 제어한다. UI는 다소 러프하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그 어떤 툴보다 자유롭게 자동화를 설계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보면 Make는 ‘시각적 파이프라인’에 가까운 구조를 가진다. HTTP 요청, 루프(Iterator), 조건 분기(Router), 변수 저장(Set Variable), 오류 처리까지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개념이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가장 감탄했던 건, JSON 파싱이나 값 매핑이 매우 세밀하게 조정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이메일 본문을 파싱해 특정 키워드가 있으면, PDF 파일을 생성하고, 이를 드롭박스에 업로드한 뒤, URL을 슬랙으로 전송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Make에서는 하나의 플로우로 구현할 수 있었다. Zapier에선 아예 불가능하거나, 외부 스크립트를 써야 했던 부분이 Make에선 순수한 UI 조작만으로 구현되었다. 다만, Make의 강점은 동시에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한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과도한 옵션의 홍수'처럼 보일 수 있다. 나 역시 초반에는 뭘 어디서부터 연결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천천히 따라가 보면, Make는 ‘코드 없는 프로그래밍’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Zapier는 빠른 자동화가 필요할 때, Make는 복잡한 데이터 로직이 요구될 때 빛을 발한다. 이 두 툴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병행 사용할 수 있는 ‘상보적 도구’라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도구보다, 내가 어떤 흐름을 자동화하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다.
일의 흐름을 다시 그리다 – 자동화는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워크플로우 자동화를 이야기할 때 흔히 도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가 느낀 핵심은 ‘일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바뀐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을 기준으로 업무를 설계했다면, 이제는 ‘자동화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예전엔 회의록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도 사람이 해야 할 일로 여겼지만, 지금은 회의 종료 후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요약, 분류한 뒤 자동 발송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건 단순히 도구의 힘이 아니라, 사고방식의 진화다.
나는 이 자동화 경험을 통해 ‘업무 설계자’라는 감각을 갖게 됐다. 단순히 버튼 몇 개 눌러서 편해지는 게 아니라, 전체 프로세스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경험이다. 특히 Zapier와 Make는 그 출발점과 방향성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일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그 속에서 의미 없는 반복을 걷어내게 도와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업무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인식하게 만든다. 즉, 자동화는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일에 시간과 집중을 재배치하는 과정’이다. 나는 이런 의미에서 워크플로우 자동화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일의 철학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모든 걸 자동화할 수는 없다. 자동화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이고,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중요한 건 이 툴들이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이다. ‘이 일은 꼭 사람이 해야 하는가?’, ‘지금 이 작업은 나의 역량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가?’ 나는 Zapier와 Make를 쓰면서 이런 자문을 수도 없이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업무 방식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지금도 나는 새로운 업무를 설계할 때면 ‘이걸 자동화할 수 있을까?’를 먼저 묻는다. 그 질문이야말로, 자동화가 가져다준 가장 본질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자동화는 효율이 아니라 선택의 기준을 바꾸는 일
Zapier와 Make는 단지 시간을 절약해주는 도구가 아니다. 이 두 플랫폼은 '반복의 노예'가 아닌, '흐름의 설계자'로 나를 변화시켰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효율성 그 자체보다도 ‘무엇에 시간을 써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었고, 자동화는 그 질문에 대한 나침반이 되었다. 툴은 진화하고 있고, 기능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지만, 본질은 여전히 같다. 자동화는 기술 이전에 태도다. 그리고 그 태도는 결국, 내가 일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앞으로도 나는 자동화를 단순한 생산성 향상이 아닌, 일과 삶을 정렬시키는 도구로 바라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