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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2025 개봉작, 부산국제영화제, 국내 반응)

by 112523650 2025. 5. 2.

2025년, 이연우 감독의 신작 영화 ‘파과’가 국내 극장가와 영화제를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 박지후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감정의 균열과 인간 본성의 파괴를 절제된 연출로 담아낸 심리 드라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된 이후, 비평가들의 높은 평가와 일반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며 본격적인 흥행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파과’의 국내 개봉 반응과 흥행 조짐, 그리고 영화제 상영 당시의 현장 분위기와 평론적 해석을 중심으로 작품의 가치와 파급력을 분석해본다.

 

영화 파과 포스터

1. 조용한 감정의 역주행: 관객이 선택한 정서적 체험

2025년 3월 개봉한 영화 ‘파과’는 요란한 마케팅이나 대중적 화제성 없이도 관객의 입소문만으로 극장가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첫 주에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람 후 감정에 대한 후기들이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며, 예매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느린 흥행’ 패턴을 보이고 있다.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하고 여운에 잠기는 장면은, ‘파과’가 단순한 소비형 콘텐츠가 아닌, 정서적으로 깊은 체험을 제공하는 영화임을 말해준다.

가장 두드러지는 반응은 박지후가 연기한 주인공에 대한 몰입이다. 그녀는 극 중에서 극단적인 감정 폭발보다, 정적과 눈빛, 숨결 같은 섬세한 감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을 설명 없이 ‘느끼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내가 영화를 보며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한밤중 거울 앞에서 무언가를 꾹 삼킨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대사 하나 없이 오직 눈빛만으로 통증을 표현하는 이 연기는, 오히려 눈물보다 더 강한 감정의 폭발처럼 느껴졌다.

이런 연출 방식은 관객의 능동적 해석을 요구한다. 어떤 인물의 감정선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스스로의 기억과 경험을 동원해 감정을 읽어내야 한다. 이 점이 관객들의 몰입을 오히려 강화시킨다. 특히 여성 관객층, 특히 중장년 여성 관객 사이에서 이 영화가 ‘나의 이야기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는 점은, 영화가 특정 세대나 성별의 정서를 정확히 포착해냈다는 반증이다. 이 영화는 말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진하게 다가온다.

평론가들 역시 ‘파과’를 단순히 잘 만든 영화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서의 파동을 세밀하게 조율한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부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나 <시>와 비교하며 ‘감정의 밀도와 응축력에서 그에 견줄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비교는 단순히 작품 수준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한국 영화에서 자주 시도되지 않는 깊은 감정 서사에 대한 갈증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나 역시 ‘파과’를 보고 난 후 쉽게 감정을 정리하지 못했고, 일종의 감정적 숙취처럼 그 여운을 하루 이상 끌고 다녀야 했다.

2. 속도보다 깊이를 택한 ‘파과’의 롱런 전략

‘파과’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점령한 한국 극장가에서 보기 드문 조용한 반란을 일으켰다. 개봉 초기에는 대형 멀티플렉스에 밀려 다소 소규모로 상영을 시작했지만, 입소문과 재관람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상영 주차가 지날수록 예매율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흥행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서, 콘텐츠의 내실과 관객의 ‘공감 체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서울의 몇몇 독립 예술영화관에서는 주말마다 매진이 이어졌고, 관람 이후 주변인에게 ‘꼭 보라’며 추천하는 비율도 높아 ‘정서적 추천 마케팅’이 자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파과’가 선택한 전략은 흥미롭다. 대규모 마케팅을 통한 초기 집중 흥행이 아니라, 작지만 꾸준한 관객과의 접점 확대를 우선시했다. 독립서점, 소형 카페, 예술영화관 등 정서적 여백이 있는 공간에서 포스터 전시와 토크 행사를 기획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 독립카페에서 열렸던 ‘파과 토크’ 행사에 우연히 참석했는데, 감상 후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그 자체로 영화의 연장이자 또 하나의 정서 체험이었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관람 이상의 ‘참여형 소비’를 만들어낸다.

또한 ‘파과’는 스토리텔링 구조에서도 대중적 유행을 거스른다. 명확한 기승전결이 아닌, 감정의 흐름과 상징 중심의 전개를 택했다. 이런 방식은 자칫하면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연우 감독은 화면 구성과 연출을 통해 이 흐름을 조율한다. 예컨대 꽃이 시드는 장면이나, 주인공의 손끝에서 식물이 부서지는 순간은 말없이 감정의 붕괴를 전달한다. 이처럼 감각적 연출과 정서적 은유가 유기적으로 엮이며, 관객은 서사보다 감정의 온도에 이끌려 영화 속으로 스며든다.

이러한 전략은 특히 2030 감성 관객과 중장년층 여성 관객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파과’는 오히려 느리고 무거운 이야기로 관객을 붙잡는다. 나는 이 영화가 관객의 ‘감정적 인내심’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많은 상업 영화가 초반 10분에 모든 걸 쏟아붓는 반면, ‘파과’는 감정의 축적을 기다리며 서서히 파열을 준비한다. 그 여운은 관람 후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다른 관객에게 전이된다. 이러한 ‘감정의 릴레이’는 단지 흥행 그 이상으로, 예술영화의 새로운 유통 모델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3. 정적 속에 울림을 남긴 부산국제영화제의 순간

‘파과’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은 2024년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였다.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이 작품은, 흥행보다 의미를 중시하는 큐레이션 속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초청 그 자체가 이 영화의 서사성과 감정성이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의 절묘한 균형점에 있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영화제 상영 당시, 관객들은 일제히 조용해졌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한동안 박수나 감탄조차 나오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의 고백을 듣고 난 직후의 정적처럼, ‘파과’는 침묵을 유도했고, 그 침묵은 이 영화가 가진 감정의 힘을 가장 분명하게 증명해 보였다.

GV(Guest Visit) 당시 가장 회자된 장면은 한 중년 관객이 “이 영화는 내가 지난 10년간 눌러왔던 감정과 너무 닮아 있다”며 눈물을 터뜨린 순간이었다. 나 역시 상영관에 앉아 그 말을 들었을 때, 왠지 모르게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누구에게나 감정의 결이 있고, 그 결이 상처로 변한 채 눌려 있던 시간들이 있다면, ‘파과’는 바로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영화였다. 많은 관객이 비슷한 울림을 느꼈기에, GV 후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자신만의 ‘감정의 파과’를 마주하는 듯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국내외 평론가들도 이 같은 반응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제에서 보기 드문 수준의 몰입도”, “절제된 연기와 정제된 연출이 감정을 터뜨리는 방식은 거의 문학적”이라는 평이 줄을 이었다. 특히 박지후의 연기에 대한 호평은 압도적이었다. 그녀는 GV에서 “이 인물을 연기하면서 나도 내 감정을 더 깊이 알게 되었다”며, 실제로 촬영 후에는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고백도 덧붙였다. 이 진심 어린 발언은 관객들에게 배우의 몰입과 그 진폭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심사위원단은 ‘파과’를 “분노를 삼킨 정적, 파괴를 향한 침묵”이라 평가하며, 장르적 공식을 따르지 않아도 감정의 서사를 설계할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라 말했다. 이처럼 ‘파과’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단지 ‘한 편의 감성 영화’가 아니라, 현대 한국영화가 어디까지 감정의 깊이를 끌어올릴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으로 작용했다. 나에게 이 영화는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고도 감정을 ‘이해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이른바 설명 없는 서사의 설득력. 그것이 ‘파과’가 영화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회자되는 이유일 것이다.

4. 감정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영화, 비평가의 눈으로 본 ‘파과’

‘파과’는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주요 영화 언론과 평론가들의 촘촘한 분석 속에서 감정 서사의 밀도와 정서적 섬세함을 인정받았다. 씨네21은 이 작품을 “한국 영화가 잊고 있었던 감정의 깊이를 되찾게 해 준 영화”라고 평가했고, 감독 이연우의 연출 방식을 “정서의 해체와 재조립”이라는 말로 정의했다. 단순한 이야기 전개가 아닌, 인물의 감정 안에 ‘머무는 연출’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체험하게 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나 역시 관람 중 종종 이야기의 방향을 놓쳤지만, 이상하게도 정서는 선명하게 가슴에 남았다. 스토리보다는 느낌이 먼저 기억에 박히는 영화. ‘파과’는 그런 특이한 인상을 남긴다.

가장 많이 언급된 배우는 단연 박지후다. 언론은 그녀의 연기를 “절제 속 몰입의 정석”이라 표현하며, 신인 시절부터 주목받던 그녀가 이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성인 연기로 이행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감정 폭발의 순간에 과장 없이 감정을 누르며, 삶 속의 진짜 감정을 스크린 위로 끌어올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주인공이 병실 앞 의자에 홀로 앉아 있던 장면이다. 말없이 시선을 떨구는 연기 하나에, 그 인물의 과거와 현재, 고립과 불안이 동시에 스며 있었다. 이 영화는 감정이 울컥하는 게 아니라, 조용히 스며드는 방식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또한 많은 비평가들은 ‘파과’의 상징성에 주목했다. 제목 그대로 ‘깨짐’과 ‘파괴’는 주인공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등장한다. 깨진 화병, 시든 식물,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바람—all of these are not just aesthetic choices, but emotional metaphors. 이러한 장면들은 감정을 설명하는 대신,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준다. 나는 그 여백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소품과 장면은 일종의 상징체계처럼 작용하고, 이는 영화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읽히는 영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만든다.

국내 언론은 이 점을 높이 평가하며, ‘파과’를 한국 영화가 다시 문학성과 철학성을 회복하는 시점에 등장한 중요한 작품이라 소개했다. 이 영화는 뚜렷한 메시지를 외치는 대신, 침묵 속에서 정서를 전달한다. 그 침묵을 감상자가 해석하게 만드는 점이야말로 ‘파과’의 정체성이다. 나에게 이 영화는 설명되지 않아도 공감되고, 해석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의 총합처럼 다가왔다. 그 점에서 ‘파과’는 지금 이 시대, 감정이 피로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의 정화 과정이자, 정서적 여백의 영화다.

5. 상처의 파편을 껴안는 영화, ‘파과’

『파과』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감정의 깊이를 되묻는 영화다. 흥행 수치보다 잔상의 농도가 길게 남는 이 작품은, 한국 영화계에 오랜만에 등장한 ‘정서의 영화’로서 관객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감정을 미뤄두고 살아왔는지를 실감했다. 누군가의 눈빛, 정적, 스며드는 빛 하나가 마음속 균열을 건드릴 때, 영화는 비로소 서사 이상의 체험이 된다. 『파과』는 그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영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말없이 꺼내 보이는 이 작품은, 단순히 ‘좋았다’로 정리되지 않는 한 편의 감정적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