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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전기영화 명작들과 비교

by VNS 2025. 4. 20.

마리아(Maria)는 2025년 전 세계 예술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전기영화로, 오페라의 전설이라 불리는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인물 중심의 전기영화가 아닌,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가 가진 예술적 정수를 스크린에 옮겨놓은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마리아가 보여주는 연출, 연기, 음악 측면의 완성도를 중심으로, 전기영화 명작들과 비교하며 그 차별성을 집중 분석해보겠습니다.

 

마리아 영화 포스터

 

 

연출·연기·음악으로 본 마리아: 전기영화 명작들과의 비교

마리아는 연출부터 기존 전기영화와는 결을 달리합니다. 감독 파블로 라라인(Pablo Larraín)은 이미 재키(Jackie), 스펜서(Spencer) 등의 작품을 통해 인물 중심의 서정적이고 내밀한 연출로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마리아에서도 그만의 특징적인 연출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전기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대기적 구성 대신, 기억과 감정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비선형 서사가 적용되어 마리아 칼라스의 내면에 깊이 침잠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보헤미안 랩소디(2018)가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 여정을 중심으로 극적 장면을 효과적으로 배치한 것과 달리, 마리아는 오페라의 정적이고도 절제된 미학에 맞춰 잔잔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화면 구성을 보여줍니다. 엘비스(2022)가 화려한 무대와 편집을 통해 시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했다면, 마리아는 한 인물의 예술적 고뇌와 고독을 느리지만 섬세한 화면으로 펼쳐냅니다.

 

연기 면에서는 안젤리나 졸리가 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하면서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단순한 외형 재현을 넘어서, 목소리 톤, 시선 처리, 심지어 무대에서의 호흡 하나하나까지 마리아 칼라스 특유의 분위기를 재현해냅니다. 이는 더 크라운의 올리비아 콜맨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또는 다이애나의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프린세스 다이애나를 연기한 것과 비견될 정도의 몰입감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안젤리나 졸리가 실제 오페라 가수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칼라스의 아카이브 음원과 연기 장면을 섬세하게 믹싱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연기와 실존 인물의 목소리가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는 기존 전기영화에서 보기 어려운 실험적 접근이며, 마치 오페라 무대를 보는 듯한 생동감을 제공합니다.

음악적 측면에서 마리아는 전기영화 중에서도 독보적입니다. 대부분의 음악 기반 전기영화는 주인공이 직접 부른 곡을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마리아는 마리아 칼라스가 남긴 실제 오페라 공연 녹음을 그대로 삽입합니다. 이는 클래식 팬들에게는 대단한 감동 포인트이며, 일반 관객에게도 오페라의 진정한 감동을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특히 푸치니의 토스카, 벨리니의 노르마 등 그녀의 대표 레퍼토리가 주요 장면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사와 음악이 하나로 녹아든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타르(TÁR)(2022)의 음악 감독 구성과도 흥미로운 대조를 이룹니다. 타르이 지휘자의 시선에서 음악과 권력, 통제를 주제로 삼았다면, 마리아는 예술가의 고독, 불안, 외로움 등 정서적인 면을 음악과 함께 풀어냅니다. 또한 음악을 단순 삽입이 아닌, 내러티브의 핵심 요소로 활용함으로써, 장면마다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효과적으로 끌어올립니다.

마지막으로 미장센과 의상, 분장 등의 시각적 재현도 전기영화 중 손꼽힐 정도입니다. 1960~70년대 파리, 뉴욕, 밀라노의 오페라 무대와 드레스 룸을 실감나게 재현했으며, 실제 마리아 칼라스가 입었던 무대의상을 정밀하게 복원하여 극중 현실감을 배가시킵니다. 이는 다이애나, 엘비스 등의 작품에서도 강조되던 요소이지만, 마리아에서는 훨씬 더 섬세하고 예술적인 접근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마리아는 단순한 전기영화를 넘어, 하나의 ‘예술 영화’로 분류되어야 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지닌 작품입니다. 기존 전기영화가 대체로 인물의 삶을 소개하고, 음악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된 데 비해, 마리아는 오페라라는 장르 특성에 맞게 깊고 잔잔하게 전개되며, 시청각적 감동과 서정적 깊이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이는 전기영화 팬은 물론,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에 관심 있는 모든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